| 작성자 | 최은경 | 등록일 | 2026-09-14 00:58: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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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글 본문
마음이 말을 한다면, 과연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다른 사람을 돌보고, 풍성한 결과를 내는 순간에만 나의 가치가 증명되는 것 같던 날들이 있었다. 머리로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했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언제나 밖을 향해 서성이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내가 잘하고 있다고, 내가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타인의 목소리와 반응을 통해 끊임없이 확인받아야만 비로소 안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밖에서 가져온 확인은 유효기간이 참 짧았다.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온 마음을 쏟았던 누군가가 떠나가면, 기다렸다는 듯 내면의 가시들이 돋아나 나를 공격했다. “넌 아무것도 아니잖아.” “너는 모났어.” “너 좋아하는 사람 없어.” “가진 것도 없으면서 흉내만 내고 있잖아.” 타인의 확신을 빌려 임시로 세워둔 나의 가치는, 조그만 바람 한 번에도 어이없이 흔들리고 무너졌다. 왜 그토록 밖으로만 돌아다니며 확인을 구했을까. 내 안을 유심히 들여다보니, 그곳엔 타인의 반응에 예민하게 돋아난 뾰족한 가시들과, '어쩌면 나도 괜찮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희미한 기대가 회색 안개처럼 몽글몽글 얽혀 있었다. "내가 나를 믿지 못해서였구나." 나 스스로를 취약하게 여기고 존재 자체를 확신하지 못하니, 외부의 보증서가 끊임없이 필요했던 것이다. 타인의 칭찬이나 인정은 진정한 자기 수용이 아니라, 내 안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잠시 빌려 온 '임시 확인'에 불과했다. 하지만 수많은 비난의 소리와 무수한 오해 속에서도, 정작 지금까지 나를 지켜온 것은 타인의 확인이 아니었다. 그 모호하고 비난 가득한 안개 속에서도 묵묵히 제자리를 버텨낸 내 안의 우직한 견딤, 바로 그 자체가 내 안에 존재하는 진짜 힘이었다. 뾰족하게 돋아나 나를 찌르던 가시들을 가만히 다듬어 따뜻한 꽃잎으로 다시 그릴 때 비로소 깨달았다. 참된 인정이란 외부에서 구걸해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건네는 가장 단단한 고백이라는 것을. 타인에게 괜찮은 사람임을 증명하려 애쓰는 대신, 온갖 흔들림 속에서도 지금까지 살아내고 버텨온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함을 알았다. 내 안의 단단함을 찾아가던 길목에서, 마음은 마침내 더 깊은 진리 앞에 도달한다.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 (로마서 5장 8절) 내가 나의 증명서나 타인의 확인을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되는 결정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그리스도께서 이미 십자가에서 그 사랑을 완벽하게 확증해 주셨기 때문이다. 그 확실한 사랑을 나는 그저 믿으면 되는 것이었다. 나라는 존재에 대한 확인 역시, 그리스도 안에서 나의 정체성을 바르게 세울 때 비로소 흔들리지 않는 뿌리를 내린다. 삶을 살아가는 동안 나는 이 확인과 인정을 재정립하는 작업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오늘은, 보여지는 그대로, 내 모습 이대로 나를 가만히 믿어주기로 한다. 100점이 아니어도 괜찮다. 하나님이 이미 확증하신 사랑 안에서, 내 마음은 이미 충분히 안전하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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