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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이’라는 말은 어디에서 왔을까?
| 작성자 | 이요한 | 등록일 | 2023-11-21 13:03: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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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이’라는 말은 어디에서 왔을까?
몇 년 전, 점심시간에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들어가는 길에 있었던 일이다. 커다란 사거리 횡단보도를 향해 한 아주머니가 달려가고 있었다. 횡단보도는 이미 초록불이 깜빡이고 있어서 뛰어가도 건널 수 없을 것 같았지만 그래서인지 그녀는 더 전력질주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그만 살짝 튀어나온 보도블록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손에 들고 있었던 검정 비닐봉지에서 사과 몇 알이 나와 바닥에 굴러다녔다. 누가 봐도 그녀는 정말 많이 아팠을 것 같다. 정확히 볼 순 없었지만, 아마 무릎에서 피도 나고 타박상으로 멍도 퍼렇게 올라올 듯 했다. 몸을 일으켜 간신히 앉은 그녀는 신호등의 빨간 불을 보며, 실망감이 가득해 보였다. 나는 괜찮은지 물어도 보고 일어나는 것을 도와주고자 그녀에게 향했다. 그런데 내가 그녀에게 다가가기도 전에 그녀가 말했다. "아이고, 멍청이! 저걸 어떻게 건너겠다고 뛰어가. 아휴, 멍청해가지고 넘어지기나 하고......." 작지 않은 목소리라 분명하게 들렸지만 주변에는 일행이 없었기에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내가 제대로 하는 게 있겠어. 멍청하니까." 그녀는 마치 자신이 넘어질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그때 이런 말을 하려고 준비라도 했던 듯 술술 이어나갔다. "내가 이러다 넘어질 줄 알았어. 멍청이!" 난 순식간에 들려오는 말을 듣고 다가가려는 걸음을 멈췄다. 그녀는 자신의 다친 몸은 살피지도 않고 자기비난을 쏟아내고는 사과를 주워 담아 다음 신호에 맞춰 사라졌다. 그녀는 자신을 '멍청이!'라고 불렀다. '그 말이 정말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었을까?' '그 말이 정말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이었을까?' '그녀는 어떤 말을 들으면서 살아왔을까?' '그녀가 반복하는 '멍청이'라는 말은 어디에서 왔을까?'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갔다. 아무튼 스스로를 '멍청이'로 여기다니 슬프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나오는 자신을 향한 혼잣말은 그녀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 우리가 스스로 자신에 대해 괜찮은 사람이라고 여기며 자신을 신뢰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종종 원하지 않아도 누군가에게서 들었던 언어가 자연스럽게 내면화되어 자신을 부정적으로 보면서 자기비난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 자신뿐 아니라 타인도 믿지 못해 관계 속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나는 부족한 사람'이라 여기며 스스로 주입하는 메시지는 분명 어딘가에서 왔을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그것에 대해 잘 인식하고 다루면서 스스로를 괜찮은 사람으로 여길 수 있다면 그러한 메시지는 흐려질테니까. 이 일은 오래 걸릴 수도 있기에 바뀔 것 같은 신호등을 보며 전력 질주하는 것보다는 매일매일 가볍게 할 수 있는 산책처럼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나가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렇게 산책과 같은 길을 걷고 싶지만 어려움이 있다면 학생상담소의 문을 두드려보는 걸음부터 시작해보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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